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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의 눈물, 2021 US 오픈 결승전에서 패배, 캘린더 그랜드슬램 실패

by Daniel Notes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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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4, 세르비아)와 세계 2위 다닐 메드베데프(25, 러시아)의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이 지난 9월 13일(한국시간)에 열렸다. 메드베데프가 조코비치를 3:0(6:4/6:4/6:4)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단일 연도에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를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대기록에서 US 오픈만이 준우승에 그쳐 실패했다. 이번 우승으로 메드베데프는 20대 현역 테니스 선수 중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두 번째 선수가 되었다. 지난 2020년에 도미니크 팀이 US오픈 우승한 적이 있다. 조코비치는 경기가 풀리지 않자 경기 중간에 코트 위에서 테니스 라켓에 화풀이를 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3세트에서  1:5에서 뒤지다가 4:5까지 따라붙은 쉬는 시간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였다. 그동안 모든 결승에서 페데러와 나달을 만날 때마다 관중들은 조코비치에 비해 페데러와 나달에 환호를 보냈는데 이번 결승에서는 대부분 관객들이 마지막 3세트에서 조코비치를 응원하자 그에 대한 감격으로 보인다. 조코비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 오늘 경기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나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살아있는 사람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 여러분이 나를 특별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줬다. 나의 영혼을 감동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뉴욕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면서 "곧 다시 만나자"라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브이디프라임'에서 '해외루리'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이 '너무나도 심금을 울린 노박 조코비치의 눈물'이라는 글을 썼는데 조코비치의 눈물에 대해서 자세히 분석한 글이기에 이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박의 경기를 처음 본 것은 2007년 US오픈에서의 페더러와의 결승전이었습니다. 그때 그는 그저 페더러와 나달의 뒤를 좇는 영건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죠. 매치포인트를 잡혔을 때 심약해 보이기까지 했던 드롭샷을 놓고, 그것이 실패하며 페더러에게 0-3으로 우승을 헌납하는 모습을 보고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2008년 호주 오픈에서, 그는 페더러에게 3-0으로 설욕하고 - 비록 페더러가 그때 모노 바이러스라는 병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 총가를 꺾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하며, 그저 반짝하고 사라질 영건이 아님을 온 천하에 알립니다. 하지만 조코비치가 아무리 두각을 드러내고, 뛰어난 성적을 올리기 시작하여도 테니스 팬덤은 이미 페더러와 나달로 양분된 상태였고, 그들의 입지는 너무나도 견고했습니다.

 

우아하게 보이면서도 공격적인 면모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페더러.

반면 어떤 공이든 쫓아가서 돌려놓고,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져서 끝내 빈틈을 만들어내고 그를 공략하는 야성미 넘치는 나달.

조코비치의 테니스는 견고했고 충분히 공격적으로도, 수비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면모를 보였지만, 나달 페더러로 고착화된 팬덤은 그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는 'Nole'로 불리길 원했지만, 세상은 그를 'Djoker'라고 불렀지요...

젊은 시절 유명 선수들을 흉내 내는 재밌는 면모도 보여주던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필사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려는 방법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든, 얼마나 훌륭한 테니스를 구사하고 뛰어난 성적을 쌓아가든, 페더러 나달과 조코비치가 대전하게 되면, 경기장은 거의 일방적으로 페더러 / 나달을 응원하는 무드가 펼쳐지곤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하며, 그러한 설움을 오히려 이를 악물게 하는 동력원으로 삼는듯한 모습마저도 보여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조코비치였죠. 2010-2011 US오픈에서의 페더러와의 4강전, 2019년 윔블던 결승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각기 매치포인트 잡히고도 눈부신 파이팅을 보여주며 경기를 끝내 뒤집어내던 그의 모습은 정말 '테니스 치는 기계'라고 보일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웬만한 멘탈로는 그 분위기를 뒤집을래야 뒤집을 수가 없었을 거예요.

 

그러한 그였기에, 경기장에서 조코비치가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14년 동안 그의 경기를 수없이 봐왔지만, 눈시울이 글썽였던 적조차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러한 장면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 경기장 안에서는 냉혈한처럼 보이던 조코비치가, 5-1로 몰리던 상황을 5-4까지 반등시키고... 그 과정에서 관객들이, 그 조코비치를 야유해 마지않던 관객들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를 그에게 보냅니다.

 

 미운 오리 'Djoker'가, 백조 'Nole'로서 진정 거듭난 순간이었을까요? 적어도, 조코비치 본인은 그렇게 느꼈음이 확실합니다. 그 조코비치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열하는 믿기지 않는 장면은 너무나도 마음에 크게 와닿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어요. 아무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도, 충분히 위대한 챔피언으로서 존경받을만한 업적을 쌓아나가도 환호해주지 않던 관객들이... 심지어는 조코비치가 기록을 달성하려다 실패하면 환호하던 그 관객들이, 조코비치에게 열렬한 응원을 해주던 그 장면.

 

 비록 노박은 경기에는 패했지만, 캘린더 슬램은 놓쳤지만... 챔피언으로서 그가 무엇보다도 갈구해왔었던 것을, 어떻게 보면 트로피보다도 더 소중한 그것을... 올해 US 오픈 결승전에서,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여러분이 주었다며 너무나도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스포츠에서 큰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보게 된 하루였었습니다.

 

페더러 팬으로서 페더러의 기록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직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젠 노박이 그 기록을 깨고 독보적으로 21, 22...의 기록을 쌓아가더라도, 기분 좋게 위대한 챔피언 Nole의 여정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 용수철같이 강인해 보이던 그의 머리카락에도, 희끗희끗한 부분이 점차 눈에 띄기 시작했더군요. 앞으로 얼마나 빅 3으로 불리던 그들의 플레이를 더 볼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오래 감동을 그들로부터 받고 싶네요.

 

노박 조코비치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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