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토요일 오후마다 KBS에서 방영한 <동물의 왕국>을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룩말을 잡아먹기 위해 달려드는 사자들을 보고 도망치는 얼룩말을 응원하고 갓 태어난 새끼 코끼리를 데리고 물을 먹기 위해 하루 4시간 넘게 걸어 가는 코끼리 가족을 측은하게 생각했다. 14인치인지 16인치 인지 헷갈리지만 조그만 브라운관 TV 속에 보여지는 야생의 모습에 어린 마음에도 만화영화보다도 가끔은 더 재미있었다.
2006년 영국 BBC와 독일 그린라이트 미디어가 제작한 <Planet Earth>은 풀HD로 기존에 브라운관에서 봤던 영상과는 비교 대상이 안될 정도로 화질이 뛰어났다. 국내에서는 2007년 1월 20일부터 <살아있는 지구>라는 이름으로 방영하였다. 그 때는 42인치 PDP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6년에 1편이 나온 지 10년 만에 BBC는 <Planet Earth II>을 방영했다. 풀HD 대비 4배 이상 화질이 좋은 4K UHD로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2017년 2월 4일부터 7부작으로 방영되었다.
그동안 자연 다큐멘터리는 주로 낮의 영상이 많았다. 밤 전경이 몇 차례 나오긴 했지만 카메라의 한계로 야생의 모습을 찍을 수 없었다. 이제 저조도와 열화상, 초고감도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야생의 밤을 찍을 수 있었고 그 기술로 나온 다큐멘터리가 바로 넷플릭스 오니지널 다큐멘터리 <지구의 밤>(Night on Earth, 2020) 이다.
다큐멘터리 <지구의 밤>은 총 6부작이다. 1편 ‘달빛이 내리는 평원’(52분), 2편 ‘얼어 붙은 밤’(44분), 3편 ‘어둠 속의 정글’(52분), 4편 ‘검은 바다에서’(48분), 5편 ‘잠들지 않는 도시’(40분), 6편 ‘황혼에서 새벽까지’(51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 ‘달빛이 내리는 평원’에서는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페루 사막까지,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서 사는 포식자와 먹잇감들을 보여 준다. 얼마 전 SBS 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라이프 오브 사만다>에서 나온 파이브 치타에 대한 장면도 나온다.
2편 ‘얼어 붙은 밤’에서는 새끼를 돌보는 북극곰과 온기는 나누는 원숭이 떼까지 깊고 깊은 밤을 견디는 동물들의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다.
3편 ‘어둠의 속의 정글’은 칠흑 같은 정글의 밤을 견디는 동물과 곤충을 만날 수 있다.
4편 ‘검은 바다에서’는 검은 파도 아래 거대한 고래 상어와 작은 새우 떼가 공존하는 세계를 저조도 카메라로 볼 수 있다.
5편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는 야생의 자연에 까지 터 잡은 도시로 인해 밤 마다 먹이를 찾아 도시로 찾아오는 표범과 싱가포르 도심 속에 수달을 찾을 수 있다.
6편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는 1편부터 5편까지 나오지 않았던 또 다른 야생의 밤을 제목 처럼 황혼에서 새벽까지 보여 준다.
본편 <지구의 밤>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로 제작 과정을 상세히 볼 수 있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 <지구의 밤 어둠 속의 카메리>(59분) 역시 추천한다. 본 편을 먼저 보시고 마지막으로 보시기를.
야생의 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의 기술력은 대단하다.
이런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년을 밤새 고생한 제작진이 더 대단하다.
'리뷰 (책, 영화, 드라마 외 ) > 넷플릭스 다큐와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다큐 추천)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 (0) | 2020.12.21 |
---|---|
추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넬카 : 문제적 저니맨> (0) | 2020.08.20 |
적극 추천! 꼭 봐야 할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 (The Last Dance, 2020) / 넷플릭스 5월 11일 (0) | 2020.04.30 |
바이러스와 전염병에 대항하는 의료진들의 사투 : 다큐멘터리 <판데믹 : 인플루엔자와의 전쟁> (0) | 2020.02.24 |
우리가 잘 몰랐던 전쟁 : 다큐멘터리 켄 번스의 <베트남 전쟁> (The Vietnam War, 2017) (0) | 2020.02.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