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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영화, 드라마 외 )/기타 문화와 함께

오늘의 시 : '사월에 걸려온 전화'_정일근

by Daniel Notes 202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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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걸려온 전화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 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 한 줄 느낌

 

  - 중년 남사친과 여사친이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며 서로 위로해주는 기성세대를 위한 시

     하지만 현실은 기대 수명이 길어져서 눈물이 나려면 아직 멀았다. 노후를 위해 돈 벌어라.

 

 

시인 소개 : 정일근

 

정일근 시인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고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4 『실천문학』에  <야학일기> 7편의 시를 발표하고 1985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라는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울산 경상남도의 지역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시힘’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거쳐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화일보와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사회적인 활동도 활발하다. 이전 국어 교사로서 근무했을 때에 진해 남중학교에 발령을 받은 <바다가 보이는 교실 10-유리창 청소> 2001년부터 7 교육과정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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