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걸려온 전화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 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 한 줄 느낌
- 중년 남사친과 여사친이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며 서로 위로해주는 기성세대를 위한 시
하지만 현실은 기대 수명이 길어져서 눈물이 나려면 아직 멀았다. 노후를 위해 돈 벌어라.
시인 소개 : 정일근
195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고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실천문학』에 <야학일기> 등 7편의 시를 발표하고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라는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울산 및 경상남도의 지역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시힘’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거쳐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시인협회 이사, 문화일보와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등 사회적인 활동도 활발하다. 이전 국어 교사로서 근무했을 때에 진해 남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뒤 쓴 <바다가 보이는 교실 10-유리창 청소>는 2001년부터 7차 교육과정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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