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법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사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한줄 느낌
- 아무 말이 필요없다. 그냥 슬프다.
시인 소개 : 신경림
1936년생으로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리대 영문과를 학사 학위하였으며, 1956년 《문학예술》 잡지에 〈갈대〉, <낮달>, <석상>를 비롯한 시들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때 건강이 나빠서 고향에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다시 서울로 와 잡지사·출판사 등에 취직해 지내며 10년 동안 시 쓰기를 중단했다.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하여 <원격지>, <산읍기행>, <시제> 등을 발표한다. 197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농무(農舞)〉,〈전야(前夜)〉,〈서울로 가는 길〉 등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면서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재출발 이후 그의 시들은 '시골의 흙냄새에 묻어서 풍기는 생활의 땀냄새와 한(恨)과 의지 등'이 짙게 풍겨 이른바 민중시인의 이름을 얻게 했다. 농민문학·민중문학 등을 주제로 평론들도 발표하였다. 현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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