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지난 8월 15일에 개봉했다. 1,056 페이지에 달하는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로 상영시간이 3시간으로 길기 때문에 극장에 들어가기 전 화장실을 꼭 들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기가 많다. (지금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의 한국 관객수는 무려 3,315만명이다.) 1998년 첫 번째 장편영화 <미행>을 시작으로 당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고 평론가들이 찬사를 준 두 번째 장편 영화 <메멘토>(2000)를 감독했다. 슈퍼맨, 배트맨 등 연이은 흥행 실패와 경쟁자로 우뚝 선 마블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던 워너 브라더스는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 3부작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맡겼다. 그는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 첫 번째 영화 <배트맨 비긴스>(2005)를 성공적으로 흥행시켰고 두 번째 영화 <다크 나이트>(2010)는 전 세계적으로 대박 흥행을 거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워너 브라더스의 구세주가 되었고 워너 브라더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워너 브라더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10년 동안 상상으로만 구상했던 <인셉션>(2010)을 만들었고 뒤이어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테넷>(2020)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오펜하이머>를 극장에서 보기 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오펜하이머, 맨하튼 프로젝트 등 핵폭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스포가 거의 없는 영화 <오펜하이머>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사전 정보를 알기 위해 제일 추천하는 동영상은 쿠팡 플레이에서 현재 볼 수 있는 <전쟁종식자 : 오펜하이머와 원자폭탄>(2023)으로 약 1시간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오펜하이머> 의 실화 이야기를 담았고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쓴 마틴 셔윈 등 여러 역사학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오펜하이머의 삶과 핵폭탄 제작 과정을 설명해 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인터뷰 영상도 있다.
나치가 핵폭탄을 먼저 개발하면 인류가 멸망할 것으로 생각하여 미국이 핵폭탄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오펜하이머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이 사용된 이후에는 핵폭탄을 개발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 핵무기가 등장하면 전쟁은 멈출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오펜하이머는 원자 폭탄이 여러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원자 폭탄 보다 더 강력한 수소 폭탄 마저 개발하는 일이 발생하자 낙담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 관점의 장면(컬러)과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관점의 장면(흑백)을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영화을 보여준다. 일종의 전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마치 스릴러 영화처럼 느껴진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무조건 IMAX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하던데 이번 영화는 일반 영화관에서 보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 만약 이번 영화를 핵폭탄의 위력과 전쟁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에 간다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스펙터클한 영화가 아닌 것을 알고 본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양자물리학, 화학 등 과학에 대해서 몰라도 된다. 즉, 문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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