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처남은 모 언론사 금융팀 기자로 있었다. 장인어른 장례식에 많은 화환이 왔는데 시중은행, 증권사 등 대부분 금융업계에서 온 것이었다. 15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 형제 중에 둘째 이모의 지인들이 제일 많이 오셨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둘째 이모는 장학사를 거쳐 모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는데 버스 대절까지 해서 오신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다. 당시 개인병원을 운영하시고 계셨던 큰 사위 내 아버지의 지인들보다도, 공군 중령으로 예편하신 장남 외삼촌 지인들보다도 더 많은 둘째 이모의 지인들이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길에 참석하셨던 것이다. 그 때 어머니가 자식이 잘되야 이렇게 부모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나에게 한 말씀하셨다. 중소기업에 다녔던 나로서는 꽤나 불편한 말씀이었다. 어머니는 그냥 말씀하신 건데 내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다.
대기업에 다니다 잘리고 이혼 직전인 큰형 박호산(박상훈 역)은 총망받던 영화감독이었다가 조감독만 수년 째 하고 있는 막내 송새벽(박기훈 역)과 함께 어머니 고두심(변요순 역)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는 이선균(박동훈 역)만이 집안의 유일한 기둥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 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 이지은(이지안 역)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처음 <나의 아저씨>는 40대 박동훈과 20대 이지안과의 사랑 이야기로 오해를 받아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제작진들은 4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막장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치열한 사회에서 소시민들의 힐링 드라마라고 밝혔다. 막상 드라마가 3-4회 정도 방영되자 또 다른 명작 드라마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큰형 박상훈 이야기는 50대 아저씨의 찌질한 삶을 유머스럽지만 눈물나게 그리고 있다. 딸의 결혼식에 자신의 지인들이 낸 축의금을 빼돌리고 딸의 결혼식에 오지 않는 지인들에게 주먹 감자를 맥인다. 이게 다 대기업에 잘린 자기 탓이라며 동생 박동훈에게는 어머니 장례식까지는 절대 회사에서 살아남으라고 울면서 얘기한다. 너 마저 잘리면 어머니 장례식에 올 수 있는 화환이 없다면서 말이다. 50대 패배자의 모습. 예전에는 이 모습이 아버지 세대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 세대의 모습에 가까워 지고 있다. IMF 사태에 졸업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어렵게 이겨냈는데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낮에는 일을 하되 돈을 못 벌고 밤에는 배달 알바를 뛰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인다. 요즈음 이런 모습들이 낯설지 않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2018년 3월 21일부터 5월 17일까지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로최고 시청률 7.352%를 기록하였다.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빛나는 능력이라곤 전혀 없는 초라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뚝심 있게 이야기를 운반하며,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보듬고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대본으로 구현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울림을 준 작가 박해영의 집필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제 31회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역대 드라마 부문 수상작 중 최초 케이블 방영작이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가 이지안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았고 드라마 OST 중 손디아의 <어른>이란 곡이 특히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비단 아저씨 세대인 40-50대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투영하여 힐링을 주는 드라마이다. 시청자의 나이에 따라 세대에 따른 아픔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로 적극 추천한다.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방영하고 있다.
# 명대사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
“니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착하다.”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일도 아냐.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
“파이팅”
“이제 진짜 행복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cVmjzMPf0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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