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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영화, 드라마 외 )/책과 함께 (도서 추천)

도서 추천 : 휴먼카인드(Humankind, 뤼트허르 브레흐만, 2021, 인플루엔셜)

by Daniel Notes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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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관점! <사피엔스>에 도전하는 책!" - 유발 하라리(역사학자, <사피엔스> 저자) 

 

위와 같이 책 표지에 적혀 있어서 처음에는 인류사 관련 역사책인가 하다가, 추천글을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와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과학과 교수가 썼길래 과학도서인가 생각하다가, 책을 읽어 보니 인간의 본성을 사례를 바탕으로 쓴 교양 인문학 분야 책이었다. 

 

정재승 교수는 "책이 더없이 유익한 것은 읽고 난 후에 세상이 달리 보이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책일수록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넓히고 우리 삶을 다시 들려다보게 만든다."라며 "그런 관점에서 <휴먼카인드>는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하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통념들을 제고하게 만들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통찰의 죽비를 날린다."라고 본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였다. 무엇이 이 책을 이렇게 극찬을 하게 만들까?

 

전통적 기독교 뿐만 아니라 신앙보다 이성을 우위를 두는 계몽주의 역시 인간의 본성이 성악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는 사실이 아니며 정교한 과학적 고찰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한다.  코로나 시대에 부자와 빈자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고 수많은 천민 자본주의 만태상을 뉴스를 통해 보고 듣고 있는데 이 무슨 헛소리인가? 하지만, 정재승 교수가 추천글에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표현대로 기존의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몇 가지 사건과 실험, 이론 등이 실은 허구였고 잘못된 실험이었다는 점이 나에게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다.

 

1.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 : 루시퍼 이펙트

 

스탠퍼드 대학교의 필립 짐바르도 심리학 교수가 1971년에 한 심리학 실험으로 평범한 대학생 24명이 죄수와 교도관 역할을 담당하였다. 교도관 역할을 담당한 대학생들은 권위적으로 행동했고 심지어는 가혹행위를 하기까지 했다. 2명의 죄수 역할을 한 대학생들은 교도관 역할 대학생들의 가학적인 행위에 초기에 나갔으며 애초 14일로 예정되어 있던 모든 실험은 실험 시작 후 6일 만에 갑작스럽게 종료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평범한 인간일지라도 권력의 힘을 가질 때 타인에게 해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 실험에 대하여 사기라고 단언한다. 교도관 역할을 맡았던 대학생들이 교도관의 복장을 입어서 죄수복을 입은 대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힘을 통한 가학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짐바르도 교수가 실험 전 교도관 역할을 맡은 대학생들을 만나 교도관의 역할을 사전에 주입을 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학적인 실험에 참여자의 3분의 2는 참여하기를 거부했으며 교도관 역할의 3분의 1은 수감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였고 수감자 역할을 맡아 가학적인 행위를 못 참고 실험 초기에 나간 대학생 중에 한 명은 다른 시험을 준비하려고 신경쇠약 증세를 가짜로 연기하여 나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짜 실험에도 불구하고 짐바르도 교수는 자료 분석을 하기도 전에 실험 영상을 텔레비전 방송국에 보냈고 이를 통해 그 시대의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로 성장해 미국 심리학협회 회장까지 역임했다. 2001년 BBC에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똑같이 재현한 4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영했으나 이 다큐멘터리는 지루했고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전에 교도관 역을 맡은 대학생들에게 교도관 역할에 대하여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을 맡은 대학생들은 담배를 피우고 잡담을 나누며 둘러않은 모습을 무려 4시간 동안 방송되었다.   

 

2.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밀그램의 '복종 실험'

제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라는 오욕의 역사는 인류에게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1960년대 수많은 사회심리학 실험들이 이 질문에 응답하고자 수행되었다. 이 중에서 제일 유명한 실험이 예일대학교의 스탠리 밀그램이 실행한 전기충격 실험이다. 수 백명의 보통 사람들이 '교사'와 '학습자' 역할로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교사'는 충격 기계라 불리는 큰 장치에 앉았고 옆 방에는 '학습자'가 의자에 묶여서 기억력 검사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오답이 나올 때 마다 교사는 학습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기 위해 스위치를 눌러야 했다. 학습자는 밀그램의 일원이었고 전기충격은 가짜였으며 교사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충격은 15 볼트로 약하게 시작했으나 학습자가 오답을 이야기할 때마다 회색 실험실 가운을 입은 남자가 교사에게 전압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옆방의 학습자가 아무리 크게 소리를 질러도, '위험; 심각한 충격'이라고 표시한 영역에 도달한 뒤에도 지시는 계속되었고 350 볼트가 되자 학습자는 벽을 강하게 두드린 후 조용해졌다. 실험 결과, 연구 참가자의 65퍼센트가 극단으로 치달아서 450 볼트에 이를 때까지 계속 충격을 가했다.

 

평범한 아빠이자 친구, 남편이었지만 그들 중 3분의 2는 무작위로 만난 낯선 사람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왜? 누군가가 그들에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신문, 라디오 방송국 및 텔레비전에서 그의 실험을 다루었다.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유대인이었던 스탠리 밀그램은 처음부터 자신의 연구를 홀로코스트에 대한 최고의 설명으로 제시했다. 밀그램의 실험 시기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시기 즈음에 시행되었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에 대하여 사이코패스도 아니었고, 괴물도 아닌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고 표현한 그 시기였다. 그 후 밀그램의 연구와 아렌트의 철학은 하나로 이어졌다.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밀그램의 실험을 재조사하였는데 교사들이 아무 생각 없이 회색 실험실 가운을 입은 남자의 지시 대로 단순하게 따랐다는 실험 결과와는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 내용을 보면 회색 가운 남자는 다음 단계의 스위치로 넘어가기를 거부하는 교사들에게 이 모든 것이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얘기했고 교사들은 그에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옆방에 있는 학습자의 고통을 무시할 수 없어 "더 이상 못하겠어", "그만둘거야"라고 반복했다. 인간이 아무 생각 없이 악에 복종한다는 밀그램의 단순한 추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선을 행하는 것처럼 악을 위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악을 끌어 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히만 역시 우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평범성을 나타내는 인물로서 생각 없는 '살인 관료'를 대변하게 되었으나 그 때 당시의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나는 후회도 없다!"라고 분명히 얘기했고 삐뚤어진 생각과 환상으로 가득 찬 1,300쪽의 인터뷰 자료가 존재한다.  아이히만은 결코 생각 없는 관료가 아니라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 밀그램의 실험대상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스스로 선을 행하고 믿었기 때문에 악행을 저질렀다고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주장한다.

 

전범재판 당시의 '아이히만'

 

3.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 : 언론이 만든 '방관자 효과'           

 

캐서린 제노비스

"맙소사, 내가 칼에 찔렸어! 도와주세요!"

1964년 3월 13일 새벽 3시 19분 뉴욕에서 캐서린 제노비스가 칼에 찔렸다. 여러 아파트에서 불이 켜졌다. "그 여자를 내버려 둬!" 한 사람이 외쳤다. 범인은 다시 돌아와 캐서린을 칼로 찔렀다. 그녀는 모퉁이를 돌며 외쳤다. "난 죽어가고 있어! 죽는다고!"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도와주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범인이 세 번째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아파트 건물 안 계단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범인은 또 찔렀다. 경찰서에 처음 전화가 걸려 왔을 때가 오전 3시 50분이었다. 경찰관들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그녀는 사망한 뒤였다. 신고자는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경찰에 고백했다.

 

'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I didn't want to get involved.'라는 여섯 단어는 전 세계에 큰 방향을 불러 일으켰다. 한 목격자의 증언에 38명의 목격자들은 38명의 방관자로 전락했다.  여러 가지 분석 기사가 있었지만 제일 널리 알려진 것은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에이브 로젠탈이 제시한 분석이었다. "오스틴가의 아파트와 집에서 일어난 일은 인간이 처한 상황의 끔찍한 정체를 나타내는 증상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혼자라는 것이다.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이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사람 중 조지프 드 메이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한다. 아마츄어 역사가인 그는 캐서린이 죽은 지 10년 뒤 그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이웃을 악명 높게 만든 사건에 흥미를 가졌고 기록 보관소 자료와 신문, 경찰 보고서를 찾아 그림을 맞춰갔다. 오전 3시 19분 끔찍한 비명 소리에 최소한 두 명의 주민이 전화기를 들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지 않았다. 38명의 목격자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는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에게 조사를 받은 모든 사람의 목록에서 나온 숫자이다. 캐서린은 경찰이 오기 전까지 혼자 현관 앞에서 쓰러져 있었을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 아파트에 살던 이웃(소피아 패러)이 아파트에서 나와 캐서린을 안았고 캐서린은 긴장을 풀고 그녀에게 기댔다. 살인자는 사라진 뒤였고 홀로 죽은 것이 아니고 이웃의 품에 안겨 숨진 것이다. 소피아에 대해서는 왜 어떤 신문에도 언급되지 않았을까? 그녀의 아들에 따르면 "엄마는 당시 신문사의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한다. 그러나 다음 날 기사에는 소피아가 관여하고 싶지 않아 했다고 쓰여 있었다. 소피아는 이 기사를 읽고 화가 나서 다시는 기자와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소피아뿐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수 십 명의 그 아파트 주민들은 자신들의 말이 언론에서 계속 왜곡되고, 주민 중 많은 사람이 이 지역을 떠나게 되었다고 불평했다.

 

캐서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캐서린이 죽은 지 5일 후 대낮에 텔레지전을 들고 이웃집을 나오는 낯선 사람을 동네 주민 두 명이 발견했고 경찰에 신고하여 그 남자는 잡혔다. 그 남자는 무단 침입뿐 만 아니라 젊은 여성 살해한 사실도 시인했다. 캐서린의 살인범은 두 명의 목격자가 개입한 덕분에 체포되었다. 그러나 살인범 체포 사실을 보도한 신문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휴먼카인드>는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사건 사고 기사들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위의 사례 말고도 뉴욕에서 시행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치안 전략이 얼마나 무의미했고 도리어 인종차별에 더 기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제1, 2차 세계대전 및 한국 전쟁 등에서 사격을 거부하는 병사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점과 접촉의 힘을 통해 전쟁 없이 만델라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밖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깨 부스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저자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인간은 선하다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책에 담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재미있고 참신하고 놀라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뉴스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대피소에서 일어났던 일본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봐! 뤼트허르 ! 정말 인간들이 착한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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