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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영화, 드라마 외 )/책과 함께 (도서 추천)

도서 추천 :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메이븐, 2019)

by Daniel Notes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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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자연 과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철저한 문과 태생이었다. 봄철이 되면 아버지가 식사 때마다 나물 이름을 가르쳐 주셨는데도 지금도 아는 것은 상추와 깻잎 뿐이다. 딸래미가 초등학교 때 성묘를 갔을 때 딸래미가 시골 동네길에 나무와 풀, 꽃 이름을 물어 볼 때도 먼산을 바라보면서 할아버지한테 딸래미를 넌지시 밀 뿐이었다. 예전에 집들이 선물로 장모님께서 조그마한 선인장을 주셨는데 집안에 식물이라고는 그나마 하나 있었던 선인장도 죽였으니 할 말이 없다 하겠다.

 

나무와 풀은 잘 모르지만 우연히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음)을 읽고 있다. 우종영 저자는 나무 박사라 불리운다. 에세이 책인데 한 평생을 나무를 고치고 산 저자여서 그런지 글 마다 생각할 꺼리를 던져 준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세이는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 이후 오랜만이다.

 

‘우듬지’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우듬지'와 관련한 책의 일부다.

 

나무는 싹을 틔운 순간부터 위로 자란다. 줄기와 가지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은 떨기나무를 제외하고 모든 나무는 죽는 순간까지 해를 바라보며 오직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다. 이때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우듬지다. 우듬지란 나무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줄기를 말하는데, 곧게 자라는 침엽수의 경우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자라면서 아래 가지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통제한다. 우듬지 끝이 한 마디쯤 자라고 나서야 아래 가지도 뒤따라서 한마디 자라는 식이다.

살아갈 이유, 삶을 이끌어 줄 방향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아무리 화려하고 풍족한 인생이라도 삶의 구심점이 없으면 무력감과 공허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삶이 무의미하고 재미없게 여겨진다면 그것은 정말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 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등대가 필요하다. 나무에게 그 어떤 경우에도 한눈팔지 않고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뻗어 가는 우듬지가 있듯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듬지가 없다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없으면 찾으면 되고 만들면 된다. 그러니 시련이나 고통 앞에 주저앉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해 보자. 나의 우듬지가 무엇인지 말이다.

 

                                                                -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중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발췌

 

삶이 내 바램대로 되지 않을 때 힘들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했는데 여전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요즈음 '우듬지'에 대한 글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의 '우듬지'를 찾으라는 조언을 해준다.

 

누구에게나 오로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가 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저마다 생의 대가로 무언가를 책임지고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백창우 시인이 표현했듯 '날마다 어둠 아래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는' 것이 인생일지 모른다. 때로 넘어지고 때로 좌절하는 쉽지 않은 일상에서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고 마음을 오롯이 나눌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인생은 살 만한 것일게다. 내게는 나무가 그런 존재였다.

 

                   -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중 'Prologue 당신도 나무처럼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에서 발췌

 

이 책은 '밀리의 서재'를 통해서 읽었는데 '밀리의 서재'의 장점은 내가 읽지 못했던 좋은 책들을 많이 찾아준다는 점이다.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베스트셀러 3위에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가 있어서 '밀리의 서재'에서 우종영을 검색해보았더니 지금 추천하고 있는 책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은 있었고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오는 4월 1일에 업로드 된다고 나와 있었다.

 

 

<나는 나무에서 인생을 배웠다>를 바로 다운로드 받아서 서론을 읽다가 백창우 시인의 싯구가 마음에 들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시의 제목은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였다. 그 시가 어디 책에 나와 있는지 살펴 보았더니 백창우 시인의 어떤 시집에 실려 있는지는 찾지 못했고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김선경 엮음, 메이븐, 2019)에 실려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은 이북으로는 나와 있지 않고 '밀리의 서재'에도 없었고 종이책으로만 출간된 상황이라 바로 주문했다.

 

 

이렇듯 좋은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쓴 글귀 중에 또 다른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 책이 신간이 아니고 이북으로 나왔으면  '밀리의 서재' 에 검색해 보고, 없으면 이북을 구입하거나 이북 마저 없으면 종이책을 구입하는 수순이다. 결론적으로 '밀리의 서재'덕에 요새 책을 많이 읽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영화 혹은 드라마 보듯이 '밀리의 서재'에서 보고 싶은 책을 다운로드 받아 읽다가 마음에 안들면 삭제해도 되니 '밀리의 서재' 요금 월 9,900원의 가격이 비싸지가 않다. 한달에 책 두 권 이상 읽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 처음 신간도 없고 옛날 책만 있는 것 같아서 망설였는데 2개월 써보니 좋은 책인데 그동안 안 읽은 책들이 넘치고 넘쳤다. (쓰다 보니 '밀리의 서재' 홍보 처럼 되어 버렸는데 저는 아무 관계 없는 순수 구독자입니다.)

 

이번 기회에 우종영이라는 좋은 에세이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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