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4만 4천 명의 애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친여(親女) 시인 류근과 진혜원 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를 엮었다는 시선집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가 출간되었다. 류근 시인은 6월 25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14만 4천 명의 애인이 시집을 아직 사지 않았는데도 50대 남성들, 시를 읽는 아저씨들 덕분에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며 이제 세 계단만 뛰어넘으면 그 당시 베스트셀러 1위 <조국의 시간>을 넘을 수 있다며 14만 4천 명의 애인들에게 시집을 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불행히도 오늘자 알라딘 베스트셀러에서는 41위를 기록하고 있다. 류근 애인들이여. 분발하라!)
개인적으로 시는 잘 모르지만 가끔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또는 책을 읽다가 우연히 어떤 시를 보게 되고 그 시가 내 마음 한 구석을 꽉 채우는 경우가 있다. 백창우 시인의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가 그러했고 그 시 하나 때문에 시선집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김선경 엮음, 메이븐, 2019)를 구입했었다. 이번 시선집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에도 내가 대학 다닐 적에 그렇게 좋아했던 시 <선운사에서>(최영미)가 있다. 이 시 하나 때문에라도 이 시선집을 잘 산 것이다.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지금은 21세 대학생으로 홍콩에 있는 딸아이가 중학교 시절에 내가 딸에게 선물해준 시선집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신현림 엮음, 걷는 나무, 2013)은 왜 한 번도 읽지 않은 새 책처럼 내 책장에 꽂혀 있는지 모르겠다만 아주 가끔씩 울적해지는 마음을 추스르고자 시집을 구입했던 것 같다. 시를 조금은 알고자 읽은 책이 정재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으로 이 책의 부제목은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이다. 아, 지금 기억났는데 울 딸아이가 사달라고 했던 시선집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온 시집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구입한 어떤 시선집에도 류근 시인의 시가 실려있지 않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아 류근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을 구입했다. 시집 <상처적 체질>과 <어떻게든 이별> 그리고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소낙비가 오거나 마음이 뒤숭숭할 때 시집을 무작정 열어 보고 필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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