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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영화, 드라마 외 )/책과 함께 (도서 추천)

도서 추천 : 엄마의 말뚝(박완서 지음, 세계사, 2011)

by Daniel Notes 2021.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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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리레오 북's>

 

이젠 정치 비평에서 손을 뗀 유시민 작가 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올해부터 유튜브에 '알리레오 북's' 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자칭 자유주의자·지식소매상 유시민 이사장이 조수진 변호사와 공동 MC를 맡아서 초대 손님을 모시고 책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유튜브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한다. 지금까지 유시민 이사장이 본인 저서 <청춘의 독서>에서 추천했던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을 시작으로 <광장>(최인훈), <침묵의 봄>(레이철 카슨), <진보와 빈곤>(헨리 조지),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엄마의 말뚝>(박완서), <나의 한국 현대사 1959-2020>(유시민) 등을 소개했다. 

 

 

 

 

박완서 작가가 쓴 <엄마의 말뚝>은 <엄마의 말뚝 1>, <엄마의 말뚝 2>, <엄마의 말뚝 3> 단편소설들로 구성된 연작 중편 소설이다. 1980년에 <엄마의 말뚝 1>에 이어 1981년에 <엄마의 말뚝 2>가 발표되었으며 <엄마의 말뚝 3>은 1991년에 창작되었다. 지금까지 박완서 작가가 쓴 소설에 대하여 많이 들어왔지만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던 터라 유튜브 방송을 보기 전에 <엄마의 말뚝>을 읽었다. 마침 전자책 앱 '밀리의 서재'에 세계사 출판사에 나온 박완서 전집을 통해 읽을 수 있었고 단편소설을 연작한 중편소설이기에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이 있는 약간의 신파조의 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로 식민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엄마의 말뚝 1>,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엄마의 말뚝 2>, 현재 시점에서 투병 중이던 엄마가 돌아가시기까지의 경위를 그린 <엄마의 말뚝 3>으로 구성되었다.  박완서 작가는 <엄마의 말뚝 2>를 통해 제5회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엄마의 말뚝 1>은 딸이 신식교육을 받아 신여성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염원과 서울에서도 중심에 소속되지 못한 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나의 성장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엄마의 말뚝 2>는 중산층 전업주부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나’가 엄마의 다리 부상을 계기로 과거 한국전쟁 당시 오빠를 북한 인민군의 총살로 잃게 된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의 말뚝 3>은 수술 후유증으로 7년여를 투병하시던 엄마가 화장되어 강물에 뿌려지기를 바랐던 생전 소망과는 달리 돌아가신 후 서울 근교의 공원묘지에 묻히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엄마의 말뚝 1 >에 등장하는 엄마는 억척스럽고 자식을 위해 온갖 일을 다하는 인물이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키기 바라는 엄마는 기존의 못살던 시대에 사는 엄마와 다르지 않지만 식민지 시대에 기존의 엄마와는 다르게 자신이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함인지 딸은 교육받은 신여성이 되기를 바란다. 

 

 "신여성이 뭔데?"

 "신여성은 서울만 산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공부를 많이 해야 되는 거란다. 신여성이 되면 머리도 엄마처럼 이렇게 쪽을 찌는 대신 히사시까미로 빗어야 하고, 옷도 종아리가 나오는 까만 통치마를 입고 뾰족구두 신고 한도바꾸 들고 다닌단다."   

엄마 본인도 신여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면서도 딸은 무조건 신여성이 되기를 바란다. 어린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 못하고 서울이라 함에도 서울이지 못한 지금의 서대문구 현저동에 살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엄마의 말뚝 2>는 <엄마의 말뚝 1>에서 어린 나였던 화자는 이제 자식들도 어느 정도 키웠고 친구들과 만나 늦게까지 놀다 오는 중산층의 아줌마가 되었다.  그날도 친구들과 늦게 까지 놀다가 집에 왔는데 남편과 자식들로부터 늙은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남편과 자식들은 먼저 병원에 가고 부끄럽게도 나는 피곤함에 방에서 단잠이 든다. 잠에 깬 나는 엄마의 유일한 혈육인 나밖에 없는데도 자식이 사고 난 게 아니라 엄마한테 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6.25 때 죽은 오빠를 떠올린다. 80대 나이의 어머니는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큰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연로하셨던 어머니는 회복실에서 6.25 때 아들이 죽던 시절로 돌아가 환각을 보게 되고 딸은 이를 진정시키고자 무던히 애를 쓴다. <엄마의 말뚝 2>는 오빠가 죽게 되었던 상황에서의 엄마의 아픔을 그린다.    

 

<엄마의 말뚝 3>은 어머니가 수술 후 7년을 더 사셨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식과 손자·손녀들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는 한 인간으로 자존감을 갖고 사시다가 화장실을 혼자 못 가는 지경에 까지 이르자 급속히 약해지셨고 돌아가셨다. <엄마의 말뚝 2>에서 죽은 아들의 재가 뿌려진 강화도 북변에 본인의 재도 뿌려 달라고 딸에게 부탁했지만 어머니를 그동안 모셨던 장조카의 의도대로 시민공원묘지에 묻힌다. 정식 비석이 오기 전에 엄마의 이름 기숙이 쓰여 있는 임시 말뚝이 꽂힌 채로 말이다. 엄마의 말뚝은 무엇일까? 1권에서는 엄마의 말뚝은 서대문구 현저동 자택이고 2권은 엄마의 아들이자 화자의 오빠이며 마지막 3권에서는 어머니 무덤에 정식 비석이 오기 전에 꽂아 둔 임시 말뚝(3권)이라고 생각한다. 서대문구 현저동은 <엄마의 말뚝> 말고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작품의 배경이었다고 한다.

 

 

 

 

박완서 작가 소설을 처음 읽었다. 그의 소설은 박경리 소설 <토지>와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과 같은 큰 바다가 아니라 작은 개천이 있는 동네 모습이다. 작은 개천의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밤늦게 계속 들려오는 벌레 울음소리,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보이는 반달처럼 소소한 재미가 소설 안에 한가득하다.   

 

박완서 작가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현 황해북도)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에 이끌려 서울로 와,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였으나 6.25의 반발로 학교를 그만두고 미 8군 PX 초상화부에서 근무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고 가정주부로 18년을 살다가 마흔이 되던 1970년, 전쟁의 상흔과 PX에서 만난 화가 박수근과의 교감을 토대로 쓴 소설 <나목>이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1년 담낭암으로 돌아가시기까지 40여 년 동안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그 남자네 집>, <미망> 등 15편의 장편소설, 80여 편의 단편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에만 갇혀 있지 않고 당대의 전반적 문제, 가부장제와 여권운동의 대립, 중산층의 허위의식 등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려 직간접적으로 의식을 환기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밀리의 서재에 출판사 세계사에서 나온 박완서 소설전집이 다 있으므로 이제 박완서 작가가 처음 쓴 소설 <나목>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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