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박완서 작가가 집필한 660여 편의 에세이 중 고르고 골라 대표할 만한 35편의 글을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지금까지 산문집으로 감명있게 읽은 책은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와 <사소한 부탁>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그동안 쓰신 에세이 중에 35편을 골랐다 하니 얼마나 감동적인 글이 많을까 하는 생각에 바로 구매했다.
...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가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수많은 믿음의 교감」 중에서
역사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해서 반가웠던 문구였다.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후퇴했던 민주주의가 다시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기지개를 다시 피는 모습이 반가웠다. 아직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 등 할 일이 태산 같지만 위의 박완서 작가의 글처럼 '소리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의 교감을 통해 역사는 옳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광에서 인심 나는게 넉넉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 같다. 가장 궁핍했던 시절을 넉넉한 마음 하나로 가장 부자스럽게 살게 해주신, 그래서 그 시절만 회상하면 저절로 환한 미소가 떠오르게 해주신 어머니가 새삼스럽게 자랑스럽다. 아무리 많아도,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줄 생각은 커년 더 빼앗아다가 보탤 생각만 굴뚝같다면 가난뱅이와 무엇이 다를까. '넉넉하다'는 후덕한 우리말이 사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음의 부자가 늘어나고 존경받고 사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넉넉하다는 말의 소중함」중에서
훌륭한 에세이의 좋은 점은 급하게 읽지 않고 천천히 읽으면 읽을 수록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다는 점이고 한 번만 읽고 책장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고 짬이 날 때 마다 여러 번 읽을 수록 글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황현산 작가의 글이 그랬고 박완서 작가의 산문이 그래서 반갑다.
박완서 작가의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산문이 언제 쓰였는지 날짜가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작가가 에세이를 썼던 최소한의 연도도 모르니 그 시기의 분위기 파악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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