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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영화, 드라마 외 )/책과 함께 (도서 추천)

도서 추천 (3) 황석영 저 <철도원 삼대>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

by Daniel Notes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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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은 실로 장엄하고 웅장했다. <태백산맥>에 이어 <아리랑>을 읽었고 <한강>을 탐독했다. <아리랑>은 동학혁명 이후 10,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1905년 전후부터 해방기까지 이야기로 총 12권의 대하소설이다. <태백산맥>1945년 해방 이후부터 6.25 휴전기까지 우리가 잃어버렸던 분단사 이야기로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강> 10권의 책으로 4.19, 5.16, 유신,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현대사를 보여준다. 조정래 작가는 그의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40년 동안 글을 썼으며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32권의 한국근현대사의 발자취에 대한 대하소설을 썼던 20년 동안은 글감옥에서 지내왔다.

 

대하소설 <태백산맥>과 조정래 작가 

 

조정래 작가는 지친 것일까? 그 이후에 나온 조정래 작가의 소설들은 내 기준에 있어서는(감히) 실망스러웠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G2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의 경제전쟁 이야기를 다룬 <정글만리>, 주진우 기자와 언론인 김어준을 모티브로 쓴 것 같은 <천년의 질문>, 대한민국 교육에 다룬 <풀꽃도 꽃이다> 등의 책들은 뭔가 이야기를 하다가 마는 듯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내가 너무 조정래 작가의 10권이상의 대하소설을 기대하다가 3권 정도의 장편 소설을 읽어서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그러던 중 소설을 비평할 만한 실력은 없지만 오랜만에 소설다운 소설을 읽었다. <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창비, 2020).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반도 100년의 역사속에 증조할아버지 이백만, 할아버지 이일철, 아버지 이지산 그리고 아들 이진오에 이르는 노동자의 이야기다.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에 대한 구상은 황석영 작가가 1989년 평양 방북 때 만났던 어느 노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구상한 지 30년만에 나온 책이다.

이야기 중심은 남자들의 이야기지만 우리들의 어머니였던 이백만의 아내 주안댁, 막음이 고모, 이일철의 아내 심금이의 이야기가 더 정겹다. 이진오에 의해 꿈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소환의 시간이 시작되면 실존 인물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 노동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석영 작가

 

황석영 작가는 1962년 《입석부근(立石附近)》으로 사상계의 신인문학상에 입선하며 등단하였고 1970년 《탑()》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며 문단에서 활동하였다. 1989년 방북하여 귀국하지 못하고 독일과 미국에서 지내다가 1993년 귀국 이후 방북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구형 받고 법원에 의해 징역 7년형을 선고 받았다가 1998년 사면 석방되었다.

황석영은 민중 역사소설로 불리는 《장길산》을 통해 민중의 건강한 생명력에 주목했으며, 《한씨연대기》와 《삼포 가는 길》등을 통해 산업화 시대의 시대정신과 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세계를 문학적으로 대변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길산》, 《무기의 그늘》,《삼포 가는 길》, 《손님》, 《오래된 정원》, 《심청》 등이 있다.

 

대하소설 <장길산>

 

“세상이 변할까? 점점 더 나빠지고 있잖아.”

“살아있으니까 꿈틀거려보는 거지. 그러다보면 아주 쬐금씩 달라지긴 하겠지.”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

 

위와 같이 소설에 쓰여진 작가의 글은 한국 현대사에서 치열한 삶을 살다가 이제 노인의 된 작가가 현재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1997년 신자유주의로 시작된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당연함에도 2020년 지금은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취업 준비생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 노동자와 노동자간의 싸움. 사실을 호도하는 언론들. 그에 따라 기회는 평등이라는 명제 아래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습들을 어디선가 보고 웃고 있는 그들.

 

작가는 말한다.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한 줌 먼지에 지나지 않지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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