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훌륭한 애니메이션이었고 이웃집 토토로 이후 딸래미와 제일 많이 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나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림체도 달라진 것 같고 내용도 그닥 성이 차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호소다 마모루를 발탁해서 각본과 감독을 맡기로 한《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은 2002년에 제작이 중단되었다. 호소다 판 하울이 왜 중단되었는지는, 지브리 측이나 호소다 본인도 말을 꺼내는 것을 꺼리고 있어서 자세한 사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미야자키는 자신이 선택한 원작 소설이었기에, 기획을 이어받아 다시 처음부터 각본을 쓰고 작품을 완성했다. 신년 휴가까지 포기하고 만든 이 작품은 이전까지의 미야자키의 작품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등 호평보다는 악평을 더 많이 받았다. 그래도 미야자키와 기무라 타쿠야(일본의 유명 배우로 하울의 더빙을 맡음)의 네임 파워가 있었는지, 제작비 24억 엔, 흥행수입 190억엔, 관객동원 수 1600만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중에 유일하게 끝까지 못 본 애니메이션이다. 이제 딸래미도 커서 그랬는 지 아니면 그림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여전히 보지 못했다. 2008년 《벼랑 위의 포뇨》를 개봉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한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아서 그랬는지 방향성을 바꿔서 눈높이를 낮추어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단순 명쾌한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제작에 들어가면 특유의 스타일대로, 원작도 각본도 없이 그때 그때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나열하는 스토리 보드(그림 콘티)에 스토리를 짜맞춰서 만들다 보니, 다시 기승전결은 없고, 세계관의 설명도 없고, 복선의 수습도 없고, 관객은 그저 화면에 펼쳐지는 스토리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난해한 작품이 탄생했다. 주요 타겟이었던 어린이 관객도 기대한 만큼의 좋은 반응이 아니었다. (스튜디오 지브리 사원들의 자식들과 근처 유아원의 아이들을 초대해서 가진 자체 시사회에서 보인 어린 관객들은 영화 내용을 이해 못하고 지루해하는 반응을 보였고, 흥행에 대한 적신호가 켜졌고, 관계자들은 불안함을 가졌다. 일본의 영화 평론가 우타마루는 포뇨를 평하면서, 입장 전에는 관객들이 포뇨 포뇨 주제가를 신나게 노래했는데, 영화가 끝날 쯤에는 찬물을 뒤집어 쓴 듯이 극장 전체가 싸해졌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종 흥행 수입은 155억 엔으로 선전(善戰)했지만, 제작비 34억 엔을 쏟아붓고, 손으로 그린 동화매수 17만 장이 넘는 대작치고는 기대 이하의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중에 오해가 많은 작품이어서 제일 안타깝다. '바람이 분다' 제작 당시의 미야자키 하야오 모습과 스튜디오 지브리를 알 수 있는 다큐멘터리 '꿈과 광기의 왕국'(2013)를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결코 일본의 군국주의를 옹호를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2013년에 극장용 장편은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바람이 분다'를 공개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부인은 '이웃집 토토로'같은 영화를 만들지 왜 그런 작품을 만드느냐고 말렸다고 한다. 실은 스즈키 토시오의 모략에 넘어가서 만들 생각도 없던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쟁에는 반대하면서도 전쟁 병기는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야 말로 영화의 테마로 다뤄 볼만한 소재라고 여겼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처음에는 몇 번이나 거부했다가, 마침내 마지막 작품에서 자신의 지금까지의 애니메이터로의 인생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비행기의 설계도를 그리는 엔지니어와 애니메이션의 그림 콘티를 그리는 애니메이터를 동일시한다. 둘 다 도화지/설계 도면 위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상상해서 선을 긋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주인공이 만드는 비행기가 하필이면 제로센*이라서 한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거 아니냐?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익 아니냐? 나이 먹더니 노망난 거냐는 거센 비판의 소리를 들어야 했고 한국 개봉 후에도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 제로센 :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일본의 함상 전투기
다큐멘터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말한다. 나는 제로센을 좋아해서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은 오타쿠다. 나는 오타쿠가 아니다고. 실은 그 해답은 영화 안에 들어있다.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는 세상이 좋으냐, 없는 세상이 좋으냐는 질문에 주인공 소년은 피라밋이 있는 세상을 택한다.
그는 결코 전쟁을 좋아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쟁 무기로 쓰일 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꿈꾸는 이상적인 전투기를 설계한다. 소년은 그저 멋지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작품 안에는 늘 자신이 좋아하는 전쟁 병기를 줄곧 그려 넣었다. '그게 전쟁에 찬동하는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가 그가 내린 결론이다.
은퇴 그리고 은퇴 번복... 마지막 작품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2013년 9월 1일 공식은퇴 발표가 떴다. 9월 6일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은퇴의 이유로 나이를 들었다. ‘벼랑위의 포뇨’에서 ‘바람이 분다’가 나올 때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더이상 작품을 만들기가 버거워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에 스튜디오 지브리의 제작 부문은 해체됐다.
2016년 11월 13일 방송한 일본 NHK 스페셜 다큐멘터리 <끝나지 않은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에 출연해 은퇴를 번복했다. 현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작을 하고 있으며 아마도 진짜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대들, 어떻게 살 건인가’는 1937년 요시노 겐자부로가 쓴 청소년 소설이다. 중학교 2학년 주인공 코페르가 꿈과 현실, 왕따와 학교폭력에 고민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멘토인 외삼촌과 각 장마다 코페르가 일상에서 발견한 물음에 외삼촌이 일기와 대화로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야자키는 ‘스튜디오 지브리 사상 전례가 없는 최장의 제작 기간과 최대 수준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프레임 수도 기존 지브리 애니보다 높다고 한다. 사용되는 그림(프레임)이 워낙 많은 데다가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가장 느린 작업 속도와 디테일한 수작업 과정으로 인해 제작 기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2020년 스즈키 토시오의 인터뷰에 따르면 최소한 3년은 더 있어야 완성이 가능해 보인다고 한다. 2023년이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이는 83세가 된다. 끝.
출처 : 나무위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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